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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티베트 체험기
작성자 임현정 작성일 2017-08-01 조회수 2894

<체험기> 티베트를 다녀오다

 

-지운스님을 첫 대면하는 날

 

학여울역에서 강연이 있다고 해서 티베트 가기 전 뵙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궁금함을 안고, 학여울역에 도착해서 계단을 오르려는데 몇 발자국 걷자 숨이 막히고 가슴이 답답해졌다. ‘잠시 쉬었다 가면 괜찮겠지’, 한쪽으로 비켜서서 숨을 고르는데 빠르게 뛰는 심장이 멈춰지질 않는다.

난 가만히 있는데 심장은 계속 쿵쾅 쿵쾅. 뭐지?

그냥 무시하고 계속 걸음을 재촉하는데 속이 뒤집어지면서 토할 것 같아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침을 급히 먹어 체했나???’

강연이 끝날 무렵 속 불편함은 사라지고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왔다.

 

최근까지 아침이면 수행 겸 산책 겸 산에 다녔었다.

티베트 가는 날이 한 달 밖에 남지 않았을 무렵 ‘건강 체크를 해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가야지’ 하는 마음에 혈액순환 잘 되게 침을 맞았다.

 

여행의 날을 열흘 남겨두고 티브이에서 ‘잉카문명의 가축’이라는 프로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가축을 애완동물처럼 키우다가 단백질 보충을 위해 기르던 햄스터처럼 생긴 동물을 기도를 올린 후 잡는 의식을 방영하는데, 티브이 속 주인공이 동물을 잡는 행동 하나하나의 느낌을 난 그대로 느끼고 있다. 평소 같으면 볼 엄두도 내지 못했을 텐데 난 그냥 보고 있다. 아무런 분별없이 그냥 그 느낌을 그대로 느끼고 있다.

한참 후에 정신을 차려 내가 느끼고 있는 느낌을 알아차리고 보니 아직도 그 느낌은 지워지지 않고 생생하게 느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화면을 돌리듯 온몸으로 느낌을 돌리고 있는 게 아닌가. 머리를 흔들어 지워보지만 문득 문득 살아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어느덧 티베트 가는 날, 어떤 체험을 하게 될까?

궁금함과 기대감을 안고 들뜬 기분으로 비행기에 탑승했다.

 

-성도에 도착하다

 

편안한 잠자리 때문인지 피곤한 줄 모르겠다. 기대되는 마음으로 아침식사를 마친 후 쓰꾸낭산으로 이동하는 차에 올랐다. 차에 오르니 고산병에 대해 미리 예방 차원으로 약을 먹어두는 게 좋다고들 한다. 아침을 든든히 먹어서인지 속도 매우 편했다. 약을 먹어둬야 한다는 말에 나눠주는 물약을 먹었다. 그런데 약이 맞지 않은지 목이 따갑게 느껴졌다. 약냄새가 자꾸 올라와 물약인데도 목에 걸린 듯 쓰리고 목을 수세미로 세게 문지른 듯 화끈거리기까지 했다.

약 먹은 게 불편하다 했더니 아스피린을 먹어 두는 게 좋다고 권하기에 아스피린을 먹고 흔들리는 차에 리듬을 타듯 좌우로 흔들며 아무 생각 없이 가는데 고지대에 올라가니 목구멍에 걸린 듯 알약과 물약이 목을 타고 위로 밖으로 되돌리듯 솟구쳐 올라온다. 약은 벌써 녹아 사라졌을 텐데...

산중턱에서 쉴 겸 화장실 다녀오라 한다. 차에서 내려 걸으려 하니 머리는 흔들흔들, 속은 위로 자꾸 올린다. 약들이 자꾸 위로 올려 움직일 수가 없어 빨리 차로 돌아와 쉬고 있는데 사람들이 고산병이 더 심해지기 전에 좋은 약이라면서 여기저기서 약을 갖다 준다. 너무 고맙고 빨리 나으려는 욕심에 또 알 수 없는 약을 목넘김하고 사탕으로 속을 달래고 한참을 갔다.

정신없이 흔들리는 차창 밖이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그냥 바라볼 뿐 생각도 마음도 사라진 듯, 같은 동작으로 차와 함께 한 몸이 되어 여러 시간을 보냈다. 중간에 지운스님이 명상멘트를 할 땐 정신이 들어 멘트에 몰입되어 머리에서 발끝까지 마취제를 뿌린 듯 고통도 사라지고 안락하고 편안함만이 느껴진다.

명상이 끝나고 나면 오장육부가 하나하나 떨림이 느껴지며 각자의 자기 소리를 내 듯 모든 감각의 신호(고통)들이 하나 둘 쏟아져 들어온다. 뭐지?

하나의 느낌을 읽기도 전에 또 다른 느낌, 또 느낌, 아니 통증으로 이 모든 소리(통증)가 함께 느껴진다. 이러다 죽는 건 아닐까? 처음 느껴지는 통증들이다. 난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내 의지 힘으로 할 수 있는 거라곤 그냥 그 통증(고통) 하나하나를 분리하듯 읽고 있을 뿐이다.

얼마쯤 지났을까, 이 통증들이 비눗방울 터지듯이 하나 둘 지워진다. 느낌 없음 상태로 난 웅크린 자세로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 익숙한 감정이 된 걸까? 아니면 바라보니 사라진 걸까?

 

호텔에 도착 후 지운스님의 명상시간이 끝난 후 기치료를 해주신다고 해서 너무 감사했다. 침대에 엎드린 자세로 등 뒤에서 스님의 손동작의 움직이는 방향으로 바람을 일으키며 왔다 갔다 하는 느낌이 느껴졌다. 긴장 때문에 호흡이 엉켜 숨이 가슴에 뭉쳐 숨 쉬는 게 불편했었는데, 바람이 왔다 갔다 하는 느낌이 들더니 숨 쉬는 게 아주 편안해졌다. 치료 후 너무 편안한 상태로 바로 잠들고 말았다.

 

오늘도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또 차에 몸을 싣고 짐짝이 된 듯 아무런 느낌도 감정도 없이 그냥 차에 실려 있었다. 지운스님의 명상멘트를 들을 땐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가 끝나면 난 그냥 내가 없다. 생각도 마음도 없이 짐짝처럼 차와 함께 흔들린다.

주위에서 사람들이 걱정되는 시선으로 자꾸만 말을 걸어온다. 너무 힘들다. 대답을 하려면 난 그 감정을 다시 느끼며 말을 한다는 게 너무 고통스럽다. 그냥 있고 싶다. 난 그냥 있음이 편했다.

며칠을 먹지 못해서인지 기운이 없다. 움직이는 게 너무 힘들다. 그냥 웅크린 상태로 있고 싶다.

 

내일 아침 새벽 3시30분에 오명불학원에 간다고 한다. 그냥 쉬고 싶다. 너무 힘들다. 호텔에서 그냥 쉬면 안 되냐 물으니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한다.

4~6명씩 조그만 승용차에 나눠 탑승하고 포장도 안 된 길을 어둠속에서 달리기 시작한다. 통통 돌부리에 부딪히며 차 천장에 부딪힐까, 좌우로 흔들림과 구부러진 도로에 한쪽으로 쏠림에 허리 부상 입을까, 최대한 웅크린 자세로 다리를 올리고 허리를 구부려 몸을 웅크린 상태로 공 튀기듯 통통 튀기며 4시간을 달려갔다.

식당에 들어가서 밥을 먹으려 하니 허리가 펴지질 않아 그냥 차에 와서 기다리길 3~4시간, 춥고 떨리고 온몸에 오한이 들듯이 추웠다 더웠다 하길 여러 차례, 또 다시 그 긴 시간동안 돌아가야 했다. 밤늦게 호텔에 도착했다.

늦은 저녁대신 삶은 계란 먹기로 선택한 후 밤 11시에 배달된 삶은 계란 1개를 빈속에 먹어서인지 완전 급체를 했다.

같이 간 도반님이 양쪽 손을 따고 소화제를 먹고 야칭스로 향했다.

 

야칭스에 도착함과 동시에 내 생에 최고의 고통과 두려움을 느꼈다. 며칠 동안 물 말고는 아무 것도 먹지 못했다. 온몸에선 열이 나기 시작했다. 물이라도 많이 마시고 열을 내려야지 했다. 물을 마시고 화장실을 가려하니 복도로 나와 공동화장실을 써야 한다. 겨우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어두컴컴한 조명의 화장실 바닥으론 시냇물 흐르듯 물이 흐른다.

쏴! 하면서 머리 위쪽에 있는 물탱크에 물이 채워지면, 자동적으로 변변한 변기도 없는 콘크리트 바닥으로 물을 쏟아 부어 바닥을 씻어 내리기를 무한 반복한다. 쏴! 하는 소리와 함께 빠른 물살이 흘러나간다. 휩쓸려 떠내려갈 것 같은 어지러움과 공포가 느껴진다. 빠르게 쓸려 내려가는 물살 때문에 화장실에 가고 싶지가 않다. 너무 무섭다. 어지럽고 물도 못 먹고 목은 말라 타들어가는 것 같고, ‘이게 죽음이구나!’ 두려웠다.

가이드에게 의사 좀 불러달라고 했다. 나 이대로 죽을 것 같았다.

한참 후 병원에서 의사가 도착하여 혈압 재고, 마시는 포도당이라면서 조그만 유리에 든 포도당 10개 든 박스와 처음에 먹었던 고산병 치료약을 가져왔다. 고산병 약은 더 이상 먹지 않기로 하고 유리에 들어있는 포도당만 받아 마셨다.

억지로 잠을 자려 했지만 화장실에서 물 내려가는 소리가 쏴! 할 때마다 소름이 돋았다. 물살에 빨려 들어가는 공포 속에서 온몸이 옴짝달싹 못하고 공포에 갇혀 있었다.

깜박 잠들었는지 새벽에 눈을 뜨니 가슴이 조여오기 시작한다. 숨을 쉬고 있는데 가슴이 답답하고 앞, 뒤에서 넓은 판자로 누르며 조여 오는듯한 느낌. 숨이 안 쉬어진다. 준비해놓은 산소통을 대고 빠르게 숨 쉬길 하다 보니 아침이 되었다.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 밤새도록 화장실 물 쏟아지는 소리 너무 무서웠다. 죽음!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 평소 땐 ‘난 죽음을 받아들였어, 마음을 비웠어, 죽음을 덤덤히 받아들일 거야’ 했던 말들이 무색할 정도로 난 죽음의 공포를 체험했다. 아니 지옥을 체험했다.

 

야칭스를 벗어나 신롱에 오니 조금은 살 것 같다. 호텔에 도착하니 도반님께서 컵에 된장국물을 갖다 주었다. 국물을 마시고나니 한결 속이 편안해졌다. 너무 고마웠다. 그 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 했는데 된장국물이 속 부대꼈던 것과 울렁임도 가라앉혀 주고 너무 편안했다. 감사합니다.

아침에 또 한 번 따뜻한 된장국물을 얻어 마시고 힘을 내어 다음 여행지로 갈 수 있었다.

 

야딩 샹그릴라에 함께한 룸메이트 덕분에 위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산에는 오르지 않았지만 휴게소에서 나는 주변의 산들과 하나가 되어 있었다.

옆에서 말을 시키면 한참 후에야 대답을 할 수 있었다. 모든 게 멈춤의 상태에서 대답을 하려면 조금 시간이 걸렸다. 산들과 함께 멈춤의 상태로 그냥 있었다. 아무런 느낌도, 감각도, 시간의 흐름도 모르고 그냥 있었다.

좋고 나쁨도 모르고 고통도 모르고 멈춤의 상태로 그냥 있었다. 내려가려고 몸을 일으키니 온몸에 세포들이 깨어나듯 신경들이 예민한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다. 웅크린 상태로 앉아 있으면 조용해진다.

움직이려하면 모든 신경들이 자극해온다. 무시하고 걸으면 멈춤의 동작 하라는 듯이 속을 흔들어 놓는다. 먹은 게 없어 토하지도 않으며 토하는 고통으로 날 멈춰 세운다.

조심조심 아주 천천히 달래가며 내려왔다. 보람 있었다.

 

드디어 돌아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으니 마음은 편안했지만 앞뒤 의자들이 나를 향해 밀고 들어오는 느낌이 들어 숨 막히고 답답함을 간신히 견뎌내고 공항에 내려 집에 도착하니 시원한 물냉면이 먹고 싶어 먹고 나니 이전에 있던 증상들이 모두 사라져 마치 꿈을 꾼 것처럼 그냥 나로 돌아온 느낌이 들었다.

잠을 자야겠다는 생각에 잠을 자고 깨어보니 깜깜한 밤이다. 이틀을 잔 것 같다. 몸은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그냥 편했다.

그런데 양쪽 귀 윗머리에 긴 볼트로 꽉 조여 놓은 것처럼 조여져 있었다. 시야도 그냥 앞만 볼 수 있고, 옆은 볼 수가 없었다. 고개를 돌려서 보아야 했다. 주위에서 여행의 소감을 묻는 말에는 길게 이어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머리가 꽉 조여져 있음만 신경이 쓰일 뿐 편안하게 생각을 떠올릴 수가 없었다.

멍청이가 된 것처럼 고개를 돌리는 것도 불편하고, 로봇처럼 몸 전체를 함께 돌리고 앞만 보고 시야를 넓게 볼 수 없으니 넓게 생각이 안 되고 간단한 단어만 하게 되고 그냥 시간개념도 없이 그냥 지내길 일주일이 지난 후 자고 일어나니 머리에 옥죄었던 나사도 풀렸고 시야도 넓게 보이고 생각도 내 의지대로 할 수 있고 움직임이 자유로워졌다.

 

이번 티베트 여행에서 몸이 불편해서 보고자 하는 생각조차 못했기에 아무 것도 기억나는 게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난 너무도 많은 걸 기억해내고 있다. 보았다는 기억은 없지만 그 많은 그림들이 생생히 머리에 필름을 돌리듯 기억이 올라온다.

몸이 불편해 사찰 안을 못 보고 밖에 전체 풍경만 보았는데 도반님들이 사진을 올려주셔서 안과 밖의 영상들이 제자리 찾아 짜맞춰 지고, 내가 봤던 먼 곳 파란 들판에, 도반님들이 올려주신 사진 속의 야생화가 함께 제자리에 심어지듯 나의 머릿속에 영상으로 필름이 돌 듯 너무도 선명하게 돌아가고 있다. 보았다는 기억은 없는데 난 꼼꼼하게 빈틈없이 다 기억 속에 담아져 있었다. 너무도 놀라웠다. 도반님들 덕분에 섬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다 볼 수 있게 해준 지운스님, 도반님 감사합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 11일 동안 먹을 수 없었던 게 완전한 속 비움이 되어 몸도 가벼워지고 많은 걸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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