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수관.
요즘 명상시간 중에는 이전보다 더 깊은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자비선수행 초기에 취할 수 있었던 휴식이 번뇌로부터 벗어남으로 인해 취할 수 있는 편안함이었다면 요즘에는 아주 어릴적 어머니 품속에서 편안하게 잠든 상태와 같은 아주 깊은 편안함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호흡도 아주 미세해지고 깊어지고 몸의 어누 부분의 감촉도 느껴지지 않고 아주 고요한 호흡만이 남는 경험을 자주 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고요속에서 평소에 적의를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감로수로 시원하게 물을 부어주는 자비감로수 수행을 많이 하는데, 마음을 맑혀주는 데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한다. 예전에는 억지로 붓다보니 뜨거운 물을 부어 화상을 입히는 경우도 많았지만 요즘에는 아주 시원한 물을 콸콸 쏟아부을 수도 있고 그들의 찡그린 얼굴이 환하게 웃고 있는 것을 보고 나도 함께 흐뭇해져 기쁨이 일어나는 경험을 많이 한다. 또 한가지 특이한 점은 물로 부어내리면서 그들의 뚜렷하던 형상이 희미해지면서 눈에 보일듯 말듯 해지면서 사라져가는 것이다. 그런 경험 이후에는 덩달아 나의 마음이 밝아져 있음을 체험하곤 한다. 수십년 간 이어져오던 악의에 찬 감정도 이렇게 눈 녹듯이 소멸하는 것을 보면서 옳고 그름을 따져가며 분별하던 나의 견해라는 것도 얼마나 무상한 것인가를 체험한다. 내가 죽을 때까지 원망하며 살 것만 같던 몇몇 사람들의 적의가 이제 거의 일어나지 않고 때때로 물을 부어줄 때 그들의 환한 미소를 보면서 싫어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모두 나의 마음이 짓는 것이라는 이치가 신랄하게 와 닿는다. 이치에 대한 이해와 이러한 편안한 마음이 어우러지다보니 삶이 한결 가벼워지고 활력이 넘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