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상대로 자비심을 일으키는 것은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수행은 먼저 나를 사랑하고 나에게 연민심을 가지는 것부터 출발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내가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개체가 아니라, 상호간에 의존하여 존재하고 있는 관계성에 눈을 뜰 수 있게 됩니다. 자비수관을 할 때 나타나는 모든 현상(신체현상, 정신현상)들은 내 마음의 반영입니다. 특히 신체적 현상과 심리적 현상을 구분해서 볼 수 있어야 하는데, 구분해서 보지 않으면 어느새 신체현상에 정신현상을 뒤섞어 의미를 부여하고 왜곡시켜 보는 쪽으로 흘러가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어떠한 현상이든지 지켜보고 있으면 일어나고 사라지는 현상을 반복할 뿐 특별한 의미에 따라 특별히 상존하는 것은 없습니다. 아직은 자기 마음을 정밀히 객관적으로 지켜볼 수 있는 힘이 부족하여, 자비선사와 여러 개념적인 것들을 연관지어 받아들였던 것이 좌선시간에 다시 스토리가 되어 떠오른 것뿐입니다. 즉, 자기가 만들어놓은 스토리에 자기가 무서워하고 놀라는 형색입니다. 이를 극복하려면 법문을 많이 듣고 경론공부를 열심히 하여 이치에 대한 사유가 필요하고, 내적관찰을 통하여 그 이치를 몸과 마음에서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이 자기가 파놓은 함정에 자기가 빠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